서울시발레단, 내달 26~28일 첫 공연
3인 안무 현대무용 ‘봄의 제전’ 선보여
“긴장감 주려 발레처럼 토슈즈 신어”
“숨은 동작 찾는 재미도 느껴보세요”

서울시발레단의 ‘봄의 제전’을 안무한 안성수, 이루다, 유회웅 씨(왼쪽부터). 안 씨는 “젊고 유망한 안무가들과 작업해 기쁘다. 올봄 잔치 같은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 씨와 유 씨는 “발레단 창단 후 첫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다.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멋진 그림을 그리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제전’은 제사의 의식 또는 성대한 잔치를 뜻한다. 길운을 염원하는 제전에선 가장 귀한 제물을 바치고, 넘보기 힘든 산해진미를 내어놓는 법이다.

다음 달 26∼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서울시발레단 ‘봄의 제전’은 한국 발레의 새 지평을 열고자 현대무용가 안성수(62), 유회웅(41), 이루다(38)가 힘을 모은 귀한 한상차림이다. 지난달 출범한 서울시발레단이 선보이는 첫 번째 공연으로 8월 창단 공연에 앞서 공연된다. 서울시발레단은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어 48년 만에 창단된 국내 세 번째 공공발레단이다. 그중 컨템퍼러리(현대) 발레단은 서울시발레단이 유일하다. 3인 3색 트리플빌을 안무한 세 사람을 27일 서울시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첫 신호탄을 알리는 만큼 세 작품 모두 뛰어난 기량과 고강도 체력을 요구한다. 안 씨의 ‘로즈’는 2009년 초연된 ‘장미―봄의 제전’을 더욱 빠르고 역동적으로 재구성한 30여 분 길이의 공연이다. 힙합 댄스가 가미된 기존 버전에서 발레 동작을 강화해 움직임은 자연스레 화려해졌다. 안 씨는 “2009년 초연 때부터 15년간 작품의 음악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선율에 익숙해지면서 이전엔 놓쳤던 음표와 쉼표가 들렸다. 이를 움직임으로 채우다 보니 작품 강도가 높아졌다”면서 “연습이 끝나면 다들 몸을 부여잡으며 힘들어하지만, 운 좋게 이를 해낼 수 있는 멋진 무용수들을 만났다”며 웃었다.

서울시발레단은 기존 공공발레단과 달리 단장, 고정 단원 없이 시즌 및 작품별로 선발된 무용수와 안무가로 구성된다. 올해 시즌 무용수는 국립발레단, 미국 뉴욕 페리댄스 컨템퍼러리 무용단 등 출신의 무용수 5명으로 이뤄졌다. 김희현, 김소혜, 원진호는 ‘로즈’에, 남윤승, 박효선은 ‘노 모어’에 출연한다. ‘볼레로24’는 프로젝트 무용수 9명이 무대에 선다.

이루다의 ‘볼레로24’ 역시 모리스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를 더욱 압축적이고 강렬하게 펼쳐낸다. 1년 24절기, 하루 24시간으로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에 관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서 ‘볼레로’의 희극적인 선율은 이 씨를 상징하는 ‘어둠’을 거쳐 재탄생된다. 이 씨는 “낮과 밤, 음과 양 등 우주의 흐름 속 생명체의 탄생과 소멸을 몸으로 표현하려 한다”며 “어릴 때부터 백조보단 흑조를 좋아했다. 검정 색은 내 작품에 정체성을 부여한 길잡이”라고 설명했다.

컨템퍼러리 발레는 클래식발레와 비교해 비정형적인 움직임이 매력으로 꼽힌다. 그런데 유회웅의 ‘노 모어’는 그 매력을 한판 더 뒤집었다. 유 씨는 “현대무용이지만 신체적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토슈즈를 신고 무대에 선다. 탁탁 두드리는 소리를 만들고 분출하는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작품은 오늘날 피로와 무기력에 매몰된 사람들의 심장에 힘찬 박동을 안겨주고자 기획됐다. 무용수들은 도심을 형상화한 무대세트를 배경으로 떨림과 긴장감을 빠른 드럼 비트에 맞춰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현대예술엔 정해진 답이 없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정답이 없기에 관객은 ‘찾아나가는’ 재미가 크다. 이 씨는 “클래식발레의 길고 예쁜 동작들이 어떻게 해체적으로 변형됐는지 비교해 보는 방법이 있다”며 “미디어아트에 담긴, 춤의 의미를 느껴볼 수 있는 시각적 힌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안 씨는 “무용수들의 아이디어로 재미난 동작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 지니의 제스처, 가수 엄정화의 춤 등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만∼6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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