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재판 연기엔 실패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재판에 출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욕=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이 26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 상장된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4건의 형사 기소와 다양한 민사소송에 직면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법률 비용의 압박을 받아왔던 그로서는 숨통이 트였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일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자산 가치를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에 관한 민사 재판에서도 공탁금을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트루스소셜의 모회사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은 26일부터 자사 주식이 ‘DJT’라는 종목 코드로 나스닥에서 거래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DJ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Donald J Trump)을 딴 것이다. TMTG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됐다. 이날 법적으로 TMTG의 주식이 된 DWAC 주가는 49.95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하루 새 35.22% 급등했다.

트루스소셜은 그간 적자 운영을 거듭해 왔다. 그럼에도 이런 주가 상승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DWAC 주주 대다수를 차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매수 공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상장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DJT 지분 약 60%의 평가액은 30억 달러(약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트루스소셜 주식 거래 시작 후 그의 자산은 64억 달러로 늘며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 세계 500대 부자 대열에 합류하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전 최고 자산 기록은 31억 달러이며 대부분은 빌딩, 골프장 등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기 대출 혐의를 다루는 뉴욕 항소법원은 향후 10일 내 그가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 원)를 공탁하면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1심 판결의 벌금 전액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인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은 그가 자산 가치를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공탁금 4억5400만 달러를 내라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이 이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 것이다. 당초 납부 시한이었던 이날까지 공탁금을 내지 못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유한 건물이나 골프장, 전용기, 예술품 등이 압류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 판결 당시 ‘성추문 입막음’ 형사소송 심리에 출석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휴정 시간에 이 소식을 듣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생명줄(lifeline)을 내려준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자금난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공탁금이 약 3분의 1로 줄었다지만 1억7500만 달러 또한 10일 만에 마련하기에는 매우 큰 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판결 직후 트루스소셜에 “항소법원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채권이나 주식, 현금을 공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형사 재판은 다음 달 15일 개시된다.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성추문 입막음 의혹 관련 재판이다. 이 사건에 대한 재판 지연 시도는 실패하면서 11월 대선 전 1심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수 중도층 유권자는 “유죄 판결을 받으면 트럼프를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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