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임이사국 공동발의 안보리 채택은 처음
美 기권에 결의안 채택에 이스라엘 반발
네타냐후 “美에 대표단 파견 취소 할 것”

2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자 지구 휴전 촉구안이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통과된 직후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역사적 의미가 깊다”며 발언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을 포함해 비상임 이사국 10곳이 작성한 결의안이다. 비상임이사국이 공동 발의해 채택된 것은 안보리 역사상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오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공식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의 대치,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등으로 안보리 문턱을 넘지 못했던 휴전 결의안이 처음으로 채택에 성공하자 현장에 있던 각국 외교인사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은 한국과 일본 등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이 작성한 안으로 모잠비크 측이 제안한 안이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14개국이 찬성했고, 미국은 기권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라마단(3월 10일~4월 9일) 기간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보리 결의안은 다른 유엔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통과 이후 이날 회의에서 “비상임이사국 중 하나로 (결의안 작성에 참여한) 한국은 이번 채택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휴전 결의안 채택 노력에도 채택이 불발돼 오다 처음으로 오늘 채택 됐다. 특히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의 첫 공동 발의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그간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미국의 거부권 행사, 미국의 휴전 안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등 유엔 안보리 냉전구도로 전쟁 발발 5개월 동안 휴전 결의안은 무산돼 왔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결의안은 채택되지 못한다.

냉전 구도 속에 비상임이사국들이 모여 결의안을 공동발의하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말 내내 치열한 외교전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는 ‘영구적 휴전’을, 미국은 ‘지속적 휴전’ 등을 주장해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타협안에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한 것은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작전 여부를 놓고 불화가 깊어져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이날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미 백악관에 파견할 예정인 대표단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결의안 채택 직후 실제로 대표단 파견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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