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후보가 각종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세종갑 후보인 이영선 변호사의 공천을 취소했다. 강민석 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4일 “이 변호사가 다수 주택을 보유하고 ‘갭 투기’를 한 의혹에도 재산 보유 현황을 당에 허위로 제시해 공천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후보 등록 마감시한이 지나 민주당은 대체 후보를 낼 수 없다. 세종갑은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의 2파전으로 치러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 등록 재산 공개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아파트 4채,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등 38억 287만원 규모 부동산을 소유했다. 아파트는 세종 지역 1채 외에 고양 일산서구(1채), 인천 서구(2채) 등을 배우자와 공동 소유했다. 오피스텔 역시 경기 화성·수원·구리에 4채, 대구 달서구와 대전 유성구에 한 채씩 소유했다. 반면에 이 변호사 부부의 채무는 대출 6건, 임차보증금과 월세 보증금 10건 등 37억 6893만원에 달했다. 야권 관계자는 “대출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보증금을 다시 부동산에 재투자하는 전형적인 갭 투자”라고 했다.

민주당 세종갑 총선 후보로 공천됐다가 23일 공천이 취소된 이영선 변호사의 홍보용 명함. '민변 변호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중앙포토

민주당 세종갑 총선 후보로 공천됐다가 23일 공천이 취소된 이영선 변호사의 홍보용 명함. '민변 변호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중앙포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는 당과 국민에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며 “팔 하나를 떼어내는 심정으로 무공천하고 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온갖 불법에 눈감다 갑자기 부동산 투기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더 이상하다”(초선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2012년부터 민변 소속으로 활동했고, 총선 홍보물이나 명함 등에 ‘민변 변호사’라는 문구를 강조했다. 노무현재단 대전ㆍ세종ㆍ충남 지역위원회 상임감사로도 활동했다. 민변은 다주택자의 갭 투기가 자산 불균형을 악화시킨다는 입장이다.

조수진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 뉴스1

조수진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 뉴스1

서울 강북을 후보로 공천됐다가 22일 자진 사퇴한 조수진 변호사도 민변 소속으로 노무현재단 이사다. 그는 자신을 민변 출신 인권 변호사로 소개했지만 정작 변호 방식은 인권과 동떨어져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여아를 성폭행해 징역 10년 형을 받은 체육관장을 변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재판에서 조 변호사는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에 걸릴 수 있다”며 여야의 아버지가 가해자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10세 아동의 성 착취물을 제작한 남성의 사건 변호를 맡아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것을 개인 블로그에 홍보하기도 했다. 2020년 노동자 수십 명의 임금 약 11억 원을 체불한 제조업체 사업주의 항소심 변호를 맡기도 했다.

김동아 변호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갑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동아 변호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갑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공천 과정에선 여러 민변 후보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서울 서대문갑의 김동아 후보는 당초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이튿날 당 전략공관위 결정으로 성치훈 예비후보 대신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됐다. 김 후보가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대장동 의혹 변호를 맡은 이력 때문에 당내에선 “친명횡재에 이은 대장동 대박”이라는 뒷말이 돌았다. 김 후보는 11일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민변에서 민생경제위원으로 활동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후보 17번을 받은 이주희 변호사는 최근까지 민변 사무차장이었다. 민변은 그간 양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을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위헌”이라고 비판해왔다. 민변 임원인 이 변호사가 사임 직후 민주연합으로 직행하자 야권에서도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 변호사는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1988년 5월 출범한 민변은 노동자·서민을 변호하는 인권 변호사 모임에서 비롯됐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변 출신이었고, 두 정부에서 민변 출신이 대거 정부 요직에 진출했다. 야권 관계자는 “이미지에 흠집이 난 민변이 최근 출신 후보의 자질 시비까지 더해져 시민단체로서의 자격을 사실상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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