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 강조, 4년 후 재판서 2차 가해
아동 성폭행범 감싸며 피해자 父 가해자 지목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류삼영(오른쪽) 동작을 후보, 조수진(왼쪽) 강북을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아동 성폭행 혐의의 피고인을 변호하며 피해자 아버지를 가해자로 지목했던 조수진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가 공개 석상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성인지 감수성'을 정작 자신이 참여한 재판 피해자에게는 적용하지 않은 채 2차 가해를 한 것이다.

    21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조 후보는 자신의 권세와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력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2019년 9월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조 변호사는 이튿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판단 기준을 대법원이 제시했다"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성인지 감수성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건 강간죄가 맞다고 한 예가 있었다"고 당시 자신이 맡은 한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성범죄 사건을 볼 때 성을 인지하는 감성을 가져라라는 건데 한마디로 피해자의 눈으로 사건을 보라는 것이다, 판사에게, 피해자의 눈으로"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피해자의 행동 맥락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름하는 것이 '성인지 감수성' 판단의 기준이라는 점을 부연했다.

    하지만 4년 후인 2023년에는 이와 상반된 견해로 자신의 의뢰인을 적극 변호했다.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성병에 감염됐다는 아동 피해자 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되려 피해자의 아버지와 성관계로 인한 성병 감염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조 후보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A 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받는 체육관 관장 B 씨를 2심에서 변호하던 중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이 감염됐을 수도 있다"며 가해자를 A양의 아버지로 지목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후보가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대목이다. A 양은 2017년 B 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성병까지 걸린 상태였다. 2심 재판부는 B 씨 측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 역시 징역 10년 형을 선고했다.

    또 조 후보는 같은 해 30대 여성 환자(고소인)를 한방 치료 중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한의사(피고인)를 변호를 맡았다.

    지난해 7월 해당 사건에 대한 판결문에 따르면 조 후보를 비롯한 피고인 변호인 측은 고소인이 간호사 등에게 추행 사실을 바로 알리지 않고 이후 진료를 더 받은 점을 내세웠다. 일반적인 성추행 피해자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가해자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다움이 부족하다는 근거를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변호인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형을 내렸다. 법원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의 행동 양식이 존재한다거나 그것인지 부족하다고 하여 그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아가 조 후보는 지난해 자신의 블로그에 쓴 홍보성 글에서 성범죄 가해자에게 '강간 통념 적극 활용'이라는 재판 전략을 조언했던 것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을 추천하면서 "일부 논문에서는 배심원들이 강간 통념을 가지고 피해자다움을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조 후보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제가 과거 성범죄자 변론 맡은 것과 블로그를 통해 홍보한 건 변호사 윤리규범을 준수하며 이뤄진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국민 앞에서 정치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심려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 변호사에서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성공에 집착해 순간마다 논리를 달리하면서 어떻게 지역 주민들을 대변할 수 있겠느냐"면서 "의정 활동을 펼치기에는 부적합한 인사"라고 했다.

 

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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