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고 있어…그 이상 책임은 국민이 판단

양문석 얘기 그만, 다른 얘기 해주면 좋겠다"

조국혁신당 '지민비조' 맞선 '몰빵론'도 입 열어

"우군보다 아군 많아야…151석 과반 도와달라"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방문해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마포에서 현장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취재진들로부터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칼럼을 작성하며 '역겹다' '불량품'이란 표현을 써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 대한 질문이 쇄도하자 이를 마다하다가 황급히 회견 종료 선언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현장 기자회견에서 양문석 후보에 대한 공천 철회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과하고 있다"면서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양 후보에 대해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공천 철회를 요구했는데 입장 변화가 없느냐'는 첫 번째 질문에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대신 "물으니 한 말씀드리겠다. 모든 정치는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하고 모든 판단의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며 "국민을 주권자로 존중하지 않거나 하다못해 일부 지역 주민을 폄하하거나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호남비하 발언 그런 것을 하면 안 되고 5·18을 폄훼하면 안 되고, 봉투 받고 이런 사람을 공천하면 안 된다. 친일 발언은 안 된다"라고 여당에 화살을 돌렸다. 또 "무슨 난교를 예찬한다든지 이런 것이 진정한 막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엄중한 책임'의 필요성은 결국 양 후보가 아닌 국민의힘을 향한 것으로, 양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양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비하를 두둔하기 위해 최근 논란이 된 여당의 사례를 끌어들이면서, 결국 공천을 취소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양 후보의 발언이 지나쳤고 그리고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다만 곧이어 "과거에도 사과를 했던 걸로 안다. 또 사과를 하고 있다"면서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우리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국민'에게 공을 떠넘겼다.

현재 양 후보의 거취를 두고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쓰리톱'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양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고,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양 후보는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신,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사죄 행보'를 택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서울 종로) 후보와 자주 통화를 한다며 "나한테 그렇게 조언을 해주더라"라고 운을 뗐다. 그는 "'잘못한 건 맞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꼭 해달라고 했다"라며 "'갑자기 왜 국민의힘이 노무현 대통령 조롱에 대해 흥분할까'(라고 조언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후로도 양 후보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양문석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다른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다" "다른 질문을 부탁드린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세 차례 연속 양 후보를 언급하는 질문이 나오자, 이 대표는 돌연 "오늘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고 질의응답을 받는 순서를 종료하기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방문해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방문해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후 이 대표는"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좀 드리도록 하겠다"고 외쳤다.

이 대표는 "내가 가장 혐오하는 정치인인 전두환조차도 국민을 존중하는 척했다"며 "그런데 이 정권은 얼마나 오만한지 '내가 하는데 어쩔래' '마음대로 해라' 이런 태도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느냐"라고 주장했다.

앞서 모두발언에서도 이 대표는 "오늘 나는 오후에 또 재판을 받으러 가야 한다"며 "1분 1초가 정말 천금 같고 여삼추인데 이렇게 시간을 뺏겨 재판을 받고 다니는 현실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수사기소권을 남용하는 이 검찰 독재 정권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겠다는 의지가 더 많이 생긴다"고 발언했다.

그는 "무도한 폭력 정권"이라면서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기 않게 하기 위해 진정한 민주적인 평등한 나라, 법 앞에 모두가 공평하게 취급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대표는 유세 도중 '몰빵론'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몰빵론은 민주당에 지역구·비례대표 모두를 몰아주자는 의미로 최근 조국혁신당이 밀고 있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의 대척점에 있는 단어다.

이 대표는 "우군(조국혁신당 등)들이 많으면 좋지만 아군(민주당)이 더 많아야 한다. 만약 민주당이 1당을 놓치고 그들(국민의힘)이 1당이 되는 날, 행정권력만으로도 나라를 이렇게 망쳤는데 입법권까지 그들이 차지하거나, 국회의장을 차지해 의사봉을 장악하는 날 나라가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해보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반드시 민주당 아군들이 1당이 돼야 한다. 우군보다 아군을, 반드시 민주당이 1당을 그리고 가능하면 151석으로 과반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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