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집단사직 결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18일 "의료이용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방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태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특히 교수 집단도 정말 잘못했다"면서 "국민 없이는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 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해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듣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대 인원을 늘리는 데 저희가 설득을 하면 국민이 지지해주실 거로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저희의 자기 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돌아보지 못해 정말 잘못했다"고 재차 사과했다.

 

사직한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면서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넘어간 점,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부와 의사협회가 대화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했을 때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몰랐다"면서 "그만큼 전공의들이 가슴에 상처가 많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안 돌아온다는 것은 미래 필수 의료 인력의 비전이 안 보인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2020년 총파업 이후 4년간 전공의들이 생각하기에 필수의료가 나아진 게 거의 없었다. 전공의들의 상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대 의대 등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받거나 의대생들이 유급 위기에 처하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설득해야 할 교수들이 환자를 떠나는 것을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 위원장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교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인생의 모든 걸 걸어온 교수직을 던지는 건데 오죽하면 그러겠나"라면서 "이 사태를 3월 안에 해결하지 못하고 4월로 넘어가면 의대생 유급부터 전공의 행정처분 명령, 대형병원 줄도산 파산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의료는 완전히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국을 막기 위해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양보를 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전공의들도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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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사과문 전문

오늘 저에게 15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질문지를 미리 주셨기 때문에 답을 제가 준비해서 왔는데요. 하지만 이것과 좀 다른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먼저, 의료 이용에 불편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멉니다. 저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2021년 기준 하루 평균 칠천 명의 외래 환자 중 삼십 퍼센트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를 보러 오셨다고 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하여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전공의 여러분께도 사과를 드립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어간 것.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환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 의사들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고, 환자분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의사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오셔서 고작 3분에 불과한 진료를 받으시는데도, 제 환자한테만 진심이면 되고, 시스템은 내 영역 밖이라는 태도로 일관했고, 책임이 있는 현 사태의 당사자임에도 치열한 반성 없이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이렇게 사과를 드리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부족한 저를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장으로 뽑아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소통 없이 통보 형태로 이천 명이라는 인원을 증원하겠다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당연히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고 지지를 해주실 거라고 말입니다.

아니었습니다. 매일 신문, TV, 유튜브 댓글 등에서 국민 여러분의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고 또 자괴감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새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을 얻었습니다. 기형적인 의료 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습니다. 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습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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