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현역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고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김혜경 여사를 보좌한 인물을 전략 공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친명(친이재명) 최고위원들도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 일각에서는 “김 여사와의 인연까지 고려해 사천을 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4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최고위는 1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을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하고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56)을 공천하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원안을 의결했다.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인 서동용 의원(초선)은 컷오프됐다. 권 전 비서관은 2022년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대통령 후보 직속 기구인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김 여사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했다.

이를 두고 심야 최고위 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이 다수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을 굳이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강성으로 꼽히는 한 친명 지도부 의원도 “(전략공관위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권 전 비서관의 적합도 조사 결과가 (서 의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아니라 왜 이런 결정이 나온 건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이 대표는 그저 듣기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있었음에도 전략공관위 원안대로 결론이 난 배경엔 이 대표 측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 의원은 “부당한 공천 배제”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4일 통화에서 “(이번 공천 결정이) 김 여사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략구역으로 지정한 결정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라며 “공관위에 재심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는 호남 지역구는 경선이 원칙이라고 했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스스로의 원칙을 깼다”고 성토했다. 사천 논란에 대해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철저한 시스템 공천의 결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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