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느냐. 남의 가죽을 벗기면 손에 피칠갑을 하게 된다.”(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수습하기 위해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조직사무부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민주당 오영환 의원)

27일 오후 3시간 가까이 이어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친문(친문재인)계 등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성토를 쏟아냈다.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은 친문 홍 의원은 앞서 이 대표가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고 언급한 것과 ‘동료 평가 0점’을 얘기하며 웃은 일을 겨냥해 이렇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 아니라 ‘멸문 정당’이 되고 있다”고 했다.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 의원은 여론조사 공정성 논란 등 사천 의혹의 책임을 지고 친명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당초 재판 등을 이유로 의총에 불참하려 했으나, 친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컷오프’에 반발하며 친문 고민정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등 친명계와 친문계 간 전면전 분위기로 치닫자 13분 늦게 의총장을 찾았다. 다만 의원들의 잇따른 성토에 답을 하지는 않았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오늘은 ‘얻어맞으러’ 간 것”이라고 했다.

 

● 친문 “명문 정당 아니라 멸문 정당”

그동안 쌓인 ‘사천 논란’을 두고 부글부글하던 친문계는 임 전 실장의 컷오프에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분위기였다. 고 의원은 임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중-성동갑에 친명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한다는 당의 공식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전날 최고위에도 불참했던 그는 “지도부가 책임감을 갖고 치열한 논의를 해서라도 불신을 거둬내고 지금의 갈등 국면을 잠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제게 돌아온 답은 차라리 최고위원에서 물러나라는 민주당 중진의원의 공개적인 답변이었다”라고 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이 이날 오전 고 의원을 향해 “당무를 거부하려면 최고위원을 못하겠다고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 정 의원은 동아일보 통화에서 “최고위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었지 관두라는 말이 아니었는데 깜짝 놀랐다”고 해명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의총 모두 발언에서 하위 20% 평가자의 자료 열람 요구를 거부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을 향해 “개인적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절차 자체도 매우 거칠고 투박했다”고 했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비명계 하위 평가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임 위원장을 직접 만나 재심 신청 시 자료 개인 열람을 요구한 바 있다. 임 위원장은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다시 “당규 위반”이라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 이재명 면전에서 ‘사천 논란’ 성토 폭발

이날 의총 자유토론에 나선 의원은 27명으로, 대부분 비명계였다. 21일 돌연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중도 사퇴한 정필모 의원도 “특정인이 전화로 문제의 업체(리서치디앤에이)를 끼워 넣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해 사퇴했다. 난 허위보고를 받았고 속았다”고 폭로했다. 정 의원은 당초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다고만 밝혔는데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작심발언에 나선 것. 리서치디앤에이가 관여한 1차 경선에서 패배한 김수흥 의원도 “경선 여론조사가 직전 여론조사와 결과값이 너무 다르게 나타났다”며 “재심을 받아들여 달라”고 요구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6선 박병석 의원도 지도부를 향해 “정권은 유한하고 권력은 무상하다”며 “바른 길로 가라”고 일침했다.

민주당이 이날 라임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기동민 의원 지역구(서울 성북을)를 전략공천 지역구로 지정한 것을 두고도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기 의원을 사실상 컷오프한 것인데, 기 의원과 같은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수진 의원(비례)은 친문 윤영찬 의원 지역구에서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기 의원은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주축 멤버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내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조정식 사무총장은 여론조사 논란에 대한 진상을 보고할 예정이었지만, 공관위 회의를 이유로 유감만 짧게 표명한 뒤 자리를 떴다. 홍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사무총장과 다시 협의해 오해 있는 부분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는 일단 로키를 유지하면서도 “공천 학살은 프레임일뿐”이라고 반박했다. 한 친명 핵심 관계자는 “단수공천을 받은 의원들을 들여다 보면 비명계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여러 의견을 주셨는데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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