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마친 뒤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2024.2.15. 뉴스1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15일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에 대해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전력강화위는 이같은 결론을 토대로 협회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건의할 예정이다.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이날 전력강화위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위원장과 전력강화위원인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교수, 김현태 대전 하나시티즌 전력강화실장, 김영근 경남FC 스카우트, 송주희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감독 등이 참석했다. 미국에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황 본부장은 회의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대표팀 운영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아시안컵 경기에서 (감독의) 전술적 준비가 부족했고 팀 분위기나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지도자로서 팀의 규율과 기준을 제시하는 점에서 부족했음이 드러났다는 지적과 국내 체류기간이 적은 근무 태도에 대해 ‘국민을 무시하는 것 같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국민 신뢰를 잃었고 회복하기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 본부장은 “그동안 대표팀 감독은 내용·결과가 이슈가 됐는데 근무 태도가 이슈되는 것 자체가 더이상 안 된다는 비판도 있었다”며 “감독 거취 관련해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이상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계속 발휘하기 힘들다는 판단과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모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원회 내용과 결론은 협회에 보고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2.8. 뉴스1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2.8. 뉴스1

 

앞서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역대 최강 전력으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에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졸전 끝에 4강에서 요르단에게 0-2로 충격패했다. 우승 불발 후 비판의 화살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향했다. 취임 후 약 1년간 무전술로 일관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8일 귀국해 이틀 만에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까지 나서 감독 경질을 요구했다.

특히 14일에는 손흥민과 이강인이 4강 경기를 하루 앞두고 몸싸움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리더십과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당시 손흥민은 이강인 등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자 훈계했다고 한다. 이때 손흥민은 반발하는 이강인의 멱살을 잡으면서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대표팀 고참급 일부 선수가 4강전에서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클린스만 감독에 요청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이날 회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만간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등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다면 다음달 21, 26일 치러지는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는 감독 없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절차 등을 감안했을 때 한 달 만에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 물러난 뒤 클린스만 감독 선임까지는 약 3개월이 걸렸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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