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단체 “입학정원 확대 및 정원배정 철회”
대한의사협회 “尹대통령 사과-복지부 장차관 파면”
전공의 단체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7대 조건’ 제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25일부터 사직서를 내기로 하는 등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휴일인 24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 병원 본관 안으로 한 의사가 짐가방을 들고 들어가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부가 연일 의사단체에 대회 협의체 참여를 요청하고 있지만 의사단체 사이에선 증원 여부 및 대화의 조건을 놓고 입장이 천차만별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당부한 ‘의료인과의 건설적 협의체 구성’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8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의사단체를 향해 “조건 없이,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대화의 자리로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날(27일) 충남대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언제 어디에서든 의대교수, 전공의, 의대생 대표들이 원한다면 직접 관련 장관들과 함께 나가 대화에 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저마다 다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000명) 입학 정원 확대 및 정원 배정 철회 의사가 있어야 정부와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자는 “윤 대통령의 사과와 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이 대화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는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외에도 전공의에 대한 사과 등 ‘7대 조건’을 내걸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의대 증원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전의교협의 경우 의대 증원은 가능하지만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규모를 추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임 당선자는 오히려 “500~1000명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공의 단체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를 설치하고 증원·감원을 같이 다루자”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의사단체마다 의견이 제각각인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오픈 테이블’ 형식으로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 방침이다. 하지만 각 단체들은 ‘들러리가 될 수 있다’며 소극적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총리가 26일 의료계·교육계 인사와 만났을 때도 의대 교수 및 전공의 단체 대표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증원 규모를 일부 줄이는 선에서 전공의들이 돌아오고 교수들이 사직을 철회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면서도 “문제는 의사단체 사이에서도 합의할 수 있는 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 당선자는 이날 “의협이 국회 20∼30석 당락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야가 (각각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안상훈 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과 김윤 서울대 교수의 공천을 취소하지 않으면 의사들은 조직적으로 개혁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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