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대형 콘서트장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대형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로 현재까지 133명이 숨진 가운데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당시 7000명에 달하는 인파가 모인 러시아 유명 록밴드 ‘피크닉’의 콘서트장에 들이닥친 테러범들은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했고, 콘서트를 보러온 관객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탈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이번 공연은 콘서트 시작 몇 분 전에 발생했다. 많은 이들이 처음엔 총소리가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 10대 소녀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에 “그들이 우릴 봤다. 한명이 돌아와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렸고 죽은 척 했다.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테러범이 바닥에 쓰러진 시신들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며 “내 옆에 누워있던 여자아이는 죽었다”고 말했다.

아리나(27)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밖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콘서트의 일부인 줄 알았다”며 “그러나 어느 순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잠시 후 군복으로 위장한 남성이 자동소총을 들고 콘서트장에 들어오는 것을 봤다. 사람들 모두 바닥에 누워 있었고, 옆에는 다친 사람들이 피범벅이 돼 있었다고 아리아는 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리야 무라비요카(38)는 당시 남편과 맥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중이었다. 그는 공연 시작 5분 전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며 “아마도 밴드가 극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곧 남편이 도망쳐 숨으라고 말해 살아남았다.

7살짜리 딸과 크로커스 단지 내 호텔에 머물고 있던 다리아는 보안요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처음엔 방에 몸을 숨기고 옷장을 밀어 문을 막았다.그러나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보안요원의 안내로 뒷문을 통해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보안요원은 당시 테러범들이 여전히 건물 안에 있으며 근거리에서 총격을 가하고 있다”며 “그들이 눈치 못 채게 우리한테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시신이 발견된 현장은 참혹하고 혼란스러웠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지 언론 바자(Baza)에 따르면 사람들이 몸을 피하기 위해 찾았던 화장실에서 시신 28구가 발견됐다. 비상계단에서도 14구가 나왔다.화장실에선 아이들을 꼭 껴안은 채 숨진 어머니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33명이다. 시신 수색이 진행 중이며 생존자 가운데 위중한 사람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한국뉴스종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